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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ON 2024] 산나비 포스트모템 : 패기, 로망, 그리고 영수증들

2025. 3.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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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 소개

원더포션 CEO / 디렉터 유승현
  • 주식회사 원더포션 대표이사
  •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
  • <산나비> 디렉터/기획자

세션개요

아무것도 몰랐던 대학생 5명이 인디게임 <산나비>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4년간의 개발 과정을 되짚으며, 인디게임 개발의 어려움과 그 도전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담백하게 공유합니다.

세션내용

  • 게임 제작에 계기가 되었던 게임은 <역전재판>.
  • 3일 정도의 시간을 두고 빠르게 게임을 만드는 행사 ‘게임잼’에 참여. 개발할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목적.
  • 인디게임 = 돈이 없이 열정 하나로 개발 = 열정이 꺾이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 = 좋은 사람 구해야한다.
  • 업계 경험 제로 → 패기
    • 스팀에 돈 받고 게임 팔고 싶다 → 스팀에는 갓겜이 많다 
    •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 우리는 개발 경험이 없다 → 경쟁력이 없다
    • 경쟁을 피하자 → 대체 불가능한 게임을 만들자 →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액션 플랫포머
  • 초기 버전을 해보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 뭐가 잘못됐는지 딱 찍어서 말할 수 없었다.
    • 1,2년간의 회고 끝에 중요한 것을 걸러냈다.
  • <산나비>의 장르 : 로프액션 플랫포머 /  키 피쳐 : 로프액션
    • 그런데 로프액션 플랫포머 라는 아이디어가 큰 모순을 갖고 있다.
    • 좋은 플랫포머의 필수요소 : 신뢰성 → 정량적인 조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적과 함정이 악랄할지언정 적어도 캐릭터는 제대로 가눌 수 있다. 캐릭터는 나의 조작을 배신하지 않는다.
    • 로프액션의 특징 : 정확한 위치에 발사(에임) + 정확한 타이밍에 놓기(타이밍) +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뇌지컬)
    • 로프액션 + 플랫포머 = 알까기로 바둑을 둬야 하는 상황
  •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에서 여러가지를 시도해봤다.
  • 아무데나 잡을 수 있게 되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 로프 그랩 가능 위치를 특정한다
    • 에임만 중요해져서 슈팅게임화
  • 로프 조준이 너무 어려워진 것 같아 아예 자동 조준으로 변경
    • <산나비>에서는 로프 액션이 보조가 아니라 메인인데 너무 재미가 없어짐
  • 아무데나 잡을 수 있지만 속도도 느리고 점프력도 낮고 중력을 세게 조정
    • 로프 액션 항아리 게임이 됨 → 최초 기획 의도와 달라짐
  • <산나비>의 초기 레퍼런스 게임
    • <실버 그래플> : 조작감이 상당히 무거움, 정해진 높이에서 점프해서 중력을 통해 푸는 퍼즐에 가까움
    • <램넌트 오브 나이지스> : 조작감이 상당히 가벼움. 타이밍에 모든 것을 집중한 슈퍼 피지컬 게임
  • 플랫포머는 어려운 조작, 빠듯한 타이밍, 악랄한 난이도…가 꼭 필요한가?
  • 빠져있던 전투를 추가하니 “신뢰성 높은 이동기”가 되어 로프액션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줌
  • 맨 처음 욕심 냈던 것은 등장인물 개인의 이야기보다 세계관 속 격류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
    • 열심히 썼지만 어떻게 Telling 할건지에 대해서는 배제
    • 스토리는 한 방울만 만들고 설정만 열심히 짜버림
    • 많은 명작들처럼 스토리텔링과 세계관을 동시에 기가 막히게 잡는 것을 내가 할 수 있을리 없음
  • 플레이어를 등장인물에게 완전히 몰입시키자
    • 사이버펑크 장르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와서 아예 스토리의 핵심으로 다뤄버림
  • 조작감은 개인차가 크고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 좋은 조작감이란, “누른 대로” 정직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 지키려고 했던 것들 (일반론)
      • 유저 의도 파악 : 내가 때리고 싶은 애가 잘 맞아준다
      • 신뢰성 :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 반응성 : 키를 누르면 피드백이 온다
      • 관용성 : 약간의 오차는 봐준다
  • <산나비>는 진자 운동을 메인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조작이 뿌리부터 어렵게 설계된 게임
    • input 에 대한 보정을 넘어서 “게임의 핵심 메커닉”을 쾌적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 어딘가를 잡고 Space를 누르면 달라붙는 “와인딩” 기능을 추가
  • 사슬(로프)을 잡는 타이밍에 따라 길이가 조절되게 만들었더니 너무 버거움
  • 사슬 길이 조절을 원하는 플레이어가 많아 길이 조절 기능을 넣었더니 더 버거워함(…)
  • 사실 플레이어가 원했던 건 “적당하게 알아서 잘”
    • 그래서 사거리를 많이 늘리고 적당한 길이로 알아서 잘 조절되게 수정 → 플레이어 만족
  • 그 과정에서 500개 넘는 세부 수치들을 손봐야했다.
  • 그래도 “고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
  • 아무리 재밌는 게임도 알려져야 사람들이 한다. 모르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는 없으니.
  • 하지만 어떻게 알리지? → 인디게임 규모에서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바이럴 = 입소문”
  •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뇌리에 박힐만한 날카로운 요소 = 강렬한 하이컨셉 을 사용했다.
    • <산나비> : 조선 사이버펑크
    • 장점 : 한국에서는 잘 먹혔다.
    • 단점 : 한국에서만 잘 먹혔다. 해외, 특히 서양 고객들은 조선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
    • 해외에서도 터치가 되는 요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 <산나비>는 “Story-Driven” 게임. 스토리를 따라가는 일방향적 방식.
    • 촘촘한 이야기 = 좋은 이야기 라고 생각해서 “밀도”가 높은 선형적 스토리라인을 구상
    •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인정하는 순간 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려움
  • <산나비>의 스토리 진행은 컷씬이 많음.
    • 만화, 영화의 전통적인 연출을 많이 사용 가능했음
    • 행동에 제약이 걸리고 게임의 장점인 능동성을 잃어버림. 조작 불가능한 컷씬이 게임 플레이를 잡아먹는 느낌을 받음 (서양권에서 더 많은 비판을 받음)
  • 선형적인 이야기 = 보는 이야기
    • 한 번 스토리를 보고 나면 게임이 “완결”
    •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한 번 보고 나면 내가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 <활협전>의 경우 다양한 루트를 품어서 다회차로 구성
    • 스토리성을 살리면서 리플레이성을 살릴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QnA

1. 게임 개발을 하면서 팀원들이 일하는 장소나 주거, 개발 비용에 대해서, 그리고 경험 없는 사람들의 부족한 지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1. 학교 공학관에 있는 공용 회의실에 모여서 개발하거나, 벤치에서도 모여있었다.
창업 카페 등 창업을 위한 공간들이 많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지원 사업중에 사무실 지원 사업도 있다. 나라가 제공하는 창업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돈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게임 출시 전까지는 돈을 벌 방법이 아예 없다. 우리의 경우 학교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에 조금 덜 마주했다. 그래도 굶으면서 카레만 50인분 먹으면서 개발했다.
대부분의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ChatGPT를 포함해서 인터넷에 대부분의 해결책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인디게임을 개발하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뾰족한 방법이 있다기 보다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들 자체가 인디게임 개발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2. 지금 컷신 스킵이 들어가 있는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있는데, 스토리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없다. 스킵을 넣으려면 어떤 방안이 좋을까? 2. <산나비>도 ESC를 꾹 누르면 컷신 스킵이 가능하다. 스킵을 막는다고 해서 재미없는 스토리가 재밌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막는 것 자체가 좀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산나비>의 경우 앞쪽에 미스테리를 두고 이것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보고 싶게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컷신을 통하지 않고 오픈월드에서도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이 궁극적으로 게임이 향해야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3. 알파, 베타 버전에 비해 그래픽에 대한 진화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보이는데, 기획 뿐 아니라 아트에 대한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3. 아티스트 중에 도트를 경험한 사람이 없어서 조금 어설픈 결과물이 나왔다. 특별한 방식이 있다기보다는 본인이 뜯어 고쳐가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갈아엎을 때마다 퀄리티가 훨씬 올라가더라.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끔찍한 소리이긴 하지만, 적당한 수준까지는 계속 갈아엎다가 멈출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산나비> DLC 작업 이후 원더포션의 비전에 대해 4. 오락으로서의 게임보다 게임만이 추구할 수 있는 경지를 찾고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작이나 액션을 넘어서서 스토리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기반의 게임을 꾸준히 만들 것 같고, 게임의 중심에 스토리가 있되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임들을 만들고 싶다.
5.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게임을 원하면서도 익숙한 맛을 원하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성과 하이컨셉이 포함된 독특한 IP 가운데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5. 인디게임이나 특이한 장르를 만드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대중성”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위험한 용어라고 생각이 들고, 쫓으면 안되는 유령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팀만 예로 들어도 정말 다양한 취미와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데, 대중성이라는 것을 애매하게 쫓았다가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되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독특한 게임은 보통 이상한 게임으로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긴 잡아야하는데, 모든 인디 개발자들이 영원히 풀지 못할, 하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 막연하고 추상적인 대중성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순간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질문이 상당히 날카롭지만 너무 말하기 어려운 주제 같다.
6. <산나비>의 마지막 송 소령 밸런스는 누가 조정했나? 플레이하면서 키보드를 몇 번 때렸다. 6. 노코멘트하겠다.

코멘트

  • 유승현 대표님이 발표 준비를 잘해오셨다.
  • 기술적으로 새로운 점을 배운 건 많지 않았는데,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식으로 타파했는지에 대해 공유한 점이 좋았다. 문제 해결 방식은 꼭 동일한 문제가 아니어도 통용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대중성에 대한 답변이 인상 깊었는데, 핵개인의 시대라고 할만큼 점점 사람들이 유행을 쫓아가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개성이 중요해진 시대에서 오히려 개성 쪽을 택하는 것이 나름의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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